17세기-18세기 프랑스 미술시장에서 동아시아 칠기의 유입 경로와 활용 방식에 관한 고찰
A Study on the Inflow Routes and Utilization of East Asian Lacquerware in the Art Market of France during the 17th and 18th Centuries
- 주제(키워드) 동아시아 칠기 , 동인도회사 , 남만칠기 , 마키에 칠기 , 코로만델 병풍 , 시누아즈리 가구 , East Asian lacquerware , East India Company , Namban lacquerware , Maki-e lacquerware , Coromandel screen , Chinoiserie furniture
- 발행기관 국립중앙박물관
- 발행년도 2022
- 총서유형 Journal
- DOI http://dx.doi.org/10.22790/artjournal.2022.102.3864
- KCI ID ART002905335
- 본문언어 한국어
초록/요약
동아시아 칠기는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상인들에 의해 본격적인 동서 해양 무역로가 개설되던 16세기 무렵 서구 사회에 유입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 중국과 일본에서 제작된 칠기 공예품들을 처음 접한 유럽인들은 그들의 장식예술 분야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칠기의 재료적 특성과 기술적 우수성에 매료되었다. 16세기 말부터 18세기 말까지 포르투갈 선단과 유럽 국가들의 동인도회사를 통해 유럽 사회에서 유통된 동아시아 칠기들은 미술시장의 인기 품목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화려한 빛깔과 이국적 문양, 도자기를 연상시키는 매끄럽고 빛나는 표면과 내구성을 갖춘 동아시아 칠기 공예품은 희귀성과 뛰어난 장식적 가치로 인해 소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유럽 상류사회에서 부와 신분을 상징하는 증표가 됐다. 동아시아 칠기가 유럽 사회에 처음 유입되던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중반까지 이 유물들은 본래의 유형과 용도가 유지된 상태로 유통되고 소장되었다. 그러나 점차 17세기 후반부터 코로만델 병풍과 같은 대형 칠기 유물들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유럽 사회에서 동아시아 칠기를 활용하는 새로운 방식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인도 코로만델 해변의 항구들에서 선적되어 유럽으로 반출된 중국 칠기들을 유럽 미술시장에서 지칭하는 용어인 코로만델 칠기는 주로 검정 혹은 짙은 갈색 바탕에 중국 풍속과 풍경 그리고 화조 문양이 장식된 대형 병풍 형태로 제작된 작품들이다. 17세기-18세기 유럽인들의 거주 공간에서 코로만델 병풍의 활용도와 실용적 가치는 크지 않았다. 이러한 코로만델 병풍은 특별한 행사를 위한 장식품이었거나 소장가의 재력과 권위를 드러내기 위한 진귀한 동양의 물건으로 인식되곤 했다. 하지만 당대 유럽인들이 코로만델 병풍을 유럽식 실내장식 기법의 하나인 ‘랑브리’의 재료로 활용하며 동아시아 칠기의 용도가 변경되기 시작했다. 랑브리는 목재 패널을 사용하여 석재 건축물의 실내 벽면을 장식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건축 용어로서 18세기에 들어서는 랑브리 제작의 재료로 코로만델 병풍이 사용되기 시작하였을 뿐만 아니라 유럽식 가구 제작을 위한 소재로 중국과 일본 칠기들이 재활용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것은 동아시아 칠기의 재료적 특성을 고려한 장식 기법이면서 동시에 칠기 표면에 묘사된 이미지를 감상하기 위한 활용 방식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17세기 중반 이후 유럽 미술시장에서 동아시아 칠기의 수요가 초기 소형 장식장에서 점차 대형 병풍으로 전환된 이유도 바로 동양 이미지에 대한 관심의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동아시아 지역에서 들어온 진귀한 물건으로서 서구 상류사회의 각광을 받던 중국과 일본의 칠기들이 유럽 미술의 다양한 시대 양식과 결합하여 유럽 실내장식의 한 요소로 변모해 가는 과정은 근대 이전 시기의 동서양 미술품 교류 역사와 서구 사회에서의 동아시아 미술품 소장 문화의 변화 양상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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