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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실기문학의 일본어 번역양상 연구: 『당토행정기(唐土行程記)』와 『조선징비록(朝鮮懲毖錄)』을 중심으로

A Study on the Japanese Translation Pattern of Korean Silki Literature

초록/요약

중세 일본에서 간행・번역되었던 한국문학 중 실기문학 『표해록』과 『징비록』은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한국의 문학은 중세 일본에서 대개 훈점본(訓點本)의 형태로 간행되었으나, 실기문학 『표해록』과 『징비록』은 일본어로 번역된 흔치 않은 사례다. 이 때문에 본고는 『표해록』의 일역본 『당토행정기』와 『징비록』의 일역본 『조선징비록』을 중심으로 한국 실기문학의 일본어 번역양상을 연구하였다. 먼저, 『당토행정기』로부터 중국 강남지역의 풍토에 대한 정보를 일본인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일본인의 통념과 괴리되는 『표해록』의 대외 인식을 비판하고자 하는 세이타 단소의 번역 목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목적 아래 『표해록』은 ‘조선인의 명나라 여행기’로 재구성되었고, 일본인의 통념에 부합하는 책이 되었다. 번역자는 주로 『표해록』 전반부의 표류 체험, 그리고 유학자 최부가 스스로와 조선에 대해서 자부하는 장면을 일부 생략하거나 변개하여 번역하였다. 또한 원저자 최부가 서술하고 있는 사실의 진실성과 최부의 말과 행동의 정당성을 따지는 비평을 빈번하게 삽입하였다. 다음, 『조선징비록』에서는 청일전쟁의 당위성을 주창하기 위해 『징비록』을 통해 임진왜란을 재조명하고, 『징비록』의 여러 선행 일역본의 관점에 반박하고자 하였던 야마구치 쓰토무의 번역 목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번역자는 메이지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적 목적에 맞게 『징비록』의 내용을 새롭게 번역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므로 ‘강한 일본-유약한 조선’의 구도에 배치되는 몇몇 단어나 문장은 고의로 생략하고 변개하여 번역했으며, 번역자는 원저자 유성룡이 서술한 전황의 사실성을 검토하고, 임진왜란에 관련된 실존 인물의 잘잘못을 따지는 내용의 비평을 삽입하였다. 한국 실기문학의 일본어 번역양상은 원문과 번역문 사이의 거리, 번역자의 비평적 태도, 대중적 문체의 사용으로 정리할 수 있다. 생략과 변개가 잦은, 원문과 거리가 있는 번역문의 탄생은 원문을 존중하기보다는 현지화에 힘썼던 일본의 번역 전통의 특성에서 주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또한 번역자의 비평적 태도는 주석을 달아 의견을 드러내는 형태의 번역이 흔했던 일본의 번역 전통의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번역의 문체로 이용된 화한혼효체(和漢混淆體)는 한국 실기문학의 일본어 번역이 지향했던 대중성, 즉 독자의 요구 충족이라는 목표를 잘 보여준다. 『당토행정기』와 『조선징비록』을 중심으로 한국 실기문학의 일본어 번역양상을 연구한 결과, 문학과 번역을 매개로 한 동아시아 국가 간 교류의 양상은 실로 다양하며, 때로는 상호 이해가 진작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기도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히려 원저자의 의도를 왜곡하면서 자국의 정치적 논리를 강화하거나 독자들이 선호할 만한 내용으로 사실을 재구성하는 것이 한국 실기문학의 일본어 번역양상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번역양상이었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의 중세를 연구하는 일은 그 속에서 이루어진 교류를 이상화하는 시각을 경계하고 그 실상을 정확하게 판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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