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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교육 개념에 대한 언어철학적 비판

Linguistic Philosophical Criticism to the Traditional Concept of "Education"

초록/요약

본 연구의 목적은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논제로부터 교육의 본질과 정의 등을 연구해온 교육철학을 ‘전통적 교육철학’으로 명명하고, 전통적 교육철학에서 다루었던 교육 개념을 언어철학에 기반하여 비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다음의 내용을 중심으로 한다. 첫째,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논제를 다루는 전통적 교육철학이 지시 의미론과 본질주의를 포함하는 고전적 언어관을 전제한다는 점을 밝혔다. 둘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이어지는 지시 의미론과 본질주의 각각의 내용을 자세히 검토하였다. 셋째, 고전적 언어관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비판과 이를 지지하는 인지언어학의 연구를 ‘교육’ 개념에 적용하여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논제가 ‘교육’이라는 낱말에 대한 언어적 혼란에서 비롯된 것임을 논증함으로써 전통적 교육철학을 비판하였다. 넷째, 체험주의를 통해 ‘교육’과 같은 추상적 개념이 갖는 은유적 특성을 바탕으로 ‘비(非)교육의 교육철학’이라는 관점에서 교육철학의 규범적 역할을 재정립하였다. ‘A란 무엇인가?’와 같은 형식의 질문에 전제되는 지시 의미론은 낱말의 의미가 그것이 지시하는 대상과의 대응으로부터 획득된다는 견해이다. 그러한 질문을 최초로 제기한 것으로 여겨지는 철학자는 플라톤이다. 그는 초기 형상 이론에서 낱말에 의미를 부여하는 대응 대상으로서의 ‘형상’이 초월적 세계에 실재한다고 보았다. 즉, 어떠한 낱말은 그것의 의미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형상에 대응함으로써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형상이 초월적 세계에 실재한다는 플라톤의 주장을 ‘교육’에 적용한다면, 형상의 존재가 부정되는 역설이 초래된다. ‘사람’에 대응하는 형상은 오직 하나의 완벽한 존재로서 초월적 세계에 존재해야 하고, 그렇다면 교육 행위에 관련되는 교수자와 학습자의 형상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며, 교육이 요구되는 불완전한 사람의 형상 또한 존재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초기 형상 이론에서 가정하는 외재적 형상의 존재를 거부하고, 형상이 실체에 내재한다고 봄으로써 낱말이 외재적 형상에 대응한다는 플라톤의 주장을 논파한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식론에서 실체의 형상과 우리의 감각으로부터 사유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생성된 표상은 동일하다. 그리고 낱말은 이 표상과 대응함으로써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아리스토텔레스는 낱말이 외재하는 대상이 아닌 심적 표상에 대응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지시 의미론을 발전된 방식으로 계승하였으며, 이러한 관점은 로크를 거쳐 19세기까지 별다른 비판을 받지 않은 채 이어졌다. 전통적 교육철학의 또 다른 전제인 본질주의는 일반명사의 모든 사례가 모종의 공통 속성인 본질을 공유하며, 어떠한 대상을 알기 위해서는 이러한 본질에 대한 파악이 필수적이라는 견해이다. 플라톤은 『파르메니데스』 이후의 후기 형상 이론에서 형상과 이에 대응하는 술어를 유(類)와 종(種)의 관계로 보고, 이를 분석함으로써 대상을 서술하는 변증술을 철학의 방법으로 채택한다. 이로부터 철학은 대상에 대한 올바른 서술, 즉 정의를 제시함으로써 특정한 낱말에 대응하는 대상을 한정하는 작업으로 규정되었다. 대상의 정의에 관한 플라톤의 후기 형상 이론은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쳐 세련된 방식으로 다듬어진다. 세계에 존재하는 개별 대상들은 모두 생성‧변화‧소멸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세계에서 어떠한 대상이 연속성을 가지고 존재하기 위해서는 변화하지 않는 속성이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개별자에 내재하는 형상이 곧 변화하지 않는 속성이라고 보았으며, 이를 일컬어 본질이라 하였다. 이처럼 그에게 본질은 어떠한 대상을 규정할 수 있는 속성이며, 따라서 본질에 대한 설명은 곧 그 대상의 정의(定義)와도 같다. 이와 같이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대상의 정의는 대상의 본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철학의 역할은 유(類)와 종차(種差)를 통해 그러한 정의 혹은 본질을 밝히는 것에 있다. 대상이 본질을 가지며 정의를 통해 그 본질을 드러낼 수 있다면, 개별 대상들의 분류는 그 개별 대상들이 공유하는 본질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질은 대상들을 특정한 개념으로 분류하기 위한 기준, 즉 분류의 필요충분조건이 되며, 정의는 그러한 분류 기준에 관한 서술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대상들을 하나의 개념으로 분류하는 인지적 과정을 인지언어학에서는 ‘범주화’라 한다. 이때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이어져 온 본질주의는 범주화의 고전적 이론으로서 20세기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전통적 교육철학의 문제는 교육의 본질과 정의를 묻는 것이자, 어떠한 행위를 교육으로 범주화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시 의미론과 본질주의는 고전적 언어관으로서 계승되었으며, 이후 프레게와 러셀을 거쳐 체계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특히, 비트겐슈타인은 『논고』에서 그림 이론과 논리적 원자론을 통해 지시 의미론을 존재론적으로 완성하였으며, 이를 통해 언어의 본질을 밝히고자 하였다. 그러나 비트겐슈타인은 『탐구』로 대표되는 후기 연구에서 낱말과 실재의 대응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적 설명을 부정하며, 이에 따라 범주화의 기준으로서 대상들이 공유하는 본질 역시 부정한다. 후기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모든 낱말이 지시에 의해 의미를 획득한다는 견해는 낱말의 다양한 사용을 고려하지 않아 발생한 언어적 혼란에 불과하며, 낱말의 의미는 다양한 언어게임의 맥락 가운데 획득된다. 또한, 그는 하나의 개념에 속하는 개별 대상들은 그것들이 공유하는 공통 속성으로서의 본질이 아닌 가족 유사성을 통해 연결된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본질주의를 비판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비트겐슈타인의 비판은 인지언어학 분야에서 입증된 원형 효과를 통해 지지된다.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논제는 ‘교육’에 대응하는 특정한 대상과 그것이 공유하는 공통 속성으로서의 본질을 상정함으로써 교육의 본질과 정의에 대한 탐구로 이어진다. 그러나 ‘교육’이라는 낱말은 실재물이 아닌 행위를 나타내는 명사로, 이러한 추상 명사의 의미는 맥락 의존적으로 주어진다. 또한, 인지언어학의 연구에 따르면 범주화에는 그것의 주체가 개입되기 마련이며, 추상적 개념에 대한 이해는 신체적 경험에 기초한 은유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어떠한 개념으로 범주화된 대상들이 객관적인 본질을 공유한다는 믿음은 폐기된다. 그러므로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논제에 대한 탐구는 결코 답을 찾을 수 없으며, 그 결과 전통적 교육철학은 개인의 주관에 근거한 사적(私的) 교육관 주장으로 귀결된다. 교육철학이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논제에 천착해온 것은 철학적 문제로 가장한 언어적 혼란에 기인한다. 따라서 비트겐슈타인의 논의에 따라 언어적 혼란을 제거하는 철학의 작업을 수행한다면, 우리는 그러한 문제를 일소(一掃)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통적 교육철학의 완전한 폐기로 이어지진 않는다. 전통적 교육철학이 추구한 교육의 이상적 형태에 대한 탐구는 교육 활동에 대한 규범적 역할을 수반하며, 이러한 규범성에 대한 포기는 곧 교육에 대한 허무주의적 관점으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체험주의에 기반하여 등장한 ‘나쁜 것의 윤리학’을 교육철학에 적용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도덕은 권고의 도덕과 금지의 도덕으로 구분되며, 이 가운데 금지의 도덕에 초점을 맞춘 ‘나쁜 것의 윤리학’으로 전환함으로써 규범성에 관한 탐구는 전통적인 난점을 극복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교육철학은 나쁜 교육에 대한 교육철학, 즉 ‘비교육의 교육철학’을 통해 교육철학의 한계를 수용하면서도 규범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제3의 길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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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초록 ⅰ
Abstract ⅴ
목차 ⅹ
표 목차 xiii
그림 목차 xiv
약어 설명 xv
Ⅰ. 서언 1
1. 연구의 목적 및 필요성 1
2. 연구내용 및 연구 방법 4
Ⅱ. 지시 의미론과 ‘교육’의 지시 대상 8
1. 지시 대상으로서 교육의 형상 9
1) 형상 이론에 내재한 지시 의미론 9
2) 교육의 형상이 갖는 존재론적 난점 12
3) 후기 형상 이론에서의 교육-형상 역설 19
2. 표상을 통한 대상의 지시 22
1) 아리스토텔레스의 플라톤 비판 22
2) 표상과 대상의 동일성 27
3) 아리스토텔레스 이론의 문제 34
Ⅲ. 본질을 통한 정의(定義)와 교육의 본질 40
1. 변증술과 대상의 정의(定義) 42
1) 형상을 통한 대상의 규정 42
2) 변증술을 통한 정의 48
2. 본질에 기반한 교육의 정의(定義) 51
1) 본질 개념의 도입과 교육의 정의 51
2) 유(類)와 종차(種差)를 통한 정의 57
3. 고전적 범주화 이론과 교육의 개념 61
1) 아리스토텔레스 전통과 고전적 범주화 이론 61
2) 전통적 교육철학과 교육의 본질 66
Ⅳ. 고전적 언어관 비판과 ‘교육’의 의미 70
1. 고전적 언어관의 수용과 발전 71
1) 의미론의 발전과 언어적 전회 71
2) 『논고』에 나타난 언어관 76
2. 『탐구』에서의 비판과 교육철학 84
1) 지시 의미론 비판과 비트겐슈타인의 교육 개념 84
2) 본질의 허구성 비판과 가족 유사성 90
3) ‘교육’에 대한 전통적 교육철학의 혼란 96
Ⅴ. 교육철학의 역할에 대한 체험주의적 고찰 103
1. 신체화된 마음(embodied mind)과 은유 이론 105
1) 체험주의와 신체화된 마음 105
2) 은유 이론과 교육 개념의 은유 111
2. 교육철학의 새로운 방향성을 위한 고찰 119
1) 교육철학의 규범성에 대한 체험주의적 접근 119
2) 나쁜 것의 윤리학과 비(非)교육의 교육철학 126
Ⅵ. 요약 및 결어 132
1. 요약 132
2. 결어 135
참고문헌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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