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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1980년대 수사드라마 연구

초록/요약

본 논문은 1970~1980년의 수사드라마를 분석하고 이에 따라 한국 대중예술에서 텔레비전 수사드라마의 형성과 발전을 총체적인 관점에서 밝히고자 한다. 1970년대 이후 한국 텔레비전드라마는 다양한 서사와 형식을 받아들이며 고유한 특성을 형성해왔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매체지형도의 변화가 이루어졌으며 텔레비전을 위시한 대중문화의 형성이 역동적으로 이루어지며 다양한 서사와 형식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가 가시화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국면에서 등장한 것은 수사드라마였다. 1971년 MBC에서 방송을 시작한 <수사반장>은 수사드라마의 장르적 관습체계를 구축했으며 이에 따라 수사를 통해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범죄를 이해할 수 있는 심리적 기반을 마련한 작품이었다. 시경과 치안국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현실의 사건들은 극화하여 건전하고 안전한 사회안녕을 구축하겠다는 목적 하에 제작된 <수사반장>은 건전한 사회 분위기의 형성과 시청률 확보라는 다양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보여주어야 할 것을 선택과 배제의 논리에 따라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이를 위해 <수사반장>은 스릴러영화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수사관들을 재연하는 한편 박반장을 유사-가부장의 특징으로 재구조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수사드라마를 통해 호명하는 국가 내부의 사회악을 사회 체제 안으로 포섭하고 계도하는 국민총화의 방법을 시청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 이후 작가 김상열의 집필과 함께 <수사반장>은 변화를 맞이한다. 이 시기부터 <수사반장>에 재연되는 범죄자들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며 수사관들의 계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존재들이 등장하며 체제가 구축하고 조형한 국민의 경계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더 이상 범죄의 해결과 계도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박반장의 신체는 체제의 모순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한편 <113 수사본부>, <추적>과 같은 반공수사드라마는 수사드라마의 장르적 분화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드라마들은 목적극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스펙타클한 연출을 통해 간첩의 위협과 북한의 부조리함을 전시하는 것으로 국가 외부의 사회악을 배제하고 제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이 과정은 수사라는 고유한 행위에 의거해 이루어지는 것이며 법 질서의 심판을 받는다는 점에서 수사드라마의 관습 체계를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970년대 후반 등장한 김성종은 추리소설뿐만 아니라 수사드라마 위주로 제작되던 텔레비전드라마에도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작가다. 1979년 김성종의 동명의 소설을 각색하여 방송된 6‧25 특집극 <최후의 증인>은 당시 특집극을 통해 목적성을 부각시키겠다는 정부의 의도와 맞물려 방송된 텔레비전드라마였다. 이 작품은 추리소설의 기법적 특성을 적극 반영하는 동시에 정부가 원하는 특집극의 의도를 알리바이삼아 수사극에서는 보기 어려운 추리적 성격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후 김성종의 추리소설들이 각색되면서 한국 텔레비전드라마의 흐름을 바꾸었다는 사실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에 이르면 수사드라마는 이전 시기의 도식성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구체적인 방송폐지가 진행되기도 하지만 <수사반장>의 인기와 함께 형사를 내세우는 수사극이 방송되었다는 점에서 이전 시기와 차이를 보인다. 형사가 등장하면서 수사드라마에 추리적 기법이 적극적으로 도입되는 한편 생계 위주의 범죄자에서 시대적 욕망을 드러내는 범죄자로 바뀌기 시작한다. 이 시기를 기해 반공수사드라마가 종영되면서 새로운 추리적 특성으로의 변화는 가속화된다. 한편 수사반장은 한 차례 종영에도 불구하고 1985년 재방영되며 한국의 대표적인 수사드라마로서의 위상을 부여받게 된다. 1980년대 이후 소재의 반복과 인간적인 수사관이 낡은 것으로 치부됨에 따라 추리적 요소를 도입하는 한편 사회수사드라마로 변화를 시도한다. 김상열이 집필한 1970년대 후반부터 드러나던 사회수사드라마로의 전환은 1980년대 중반을 기해 <수사반장>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자리잡게 된다. 기존의 국가권력을 대신하던 수사관들은 서민적 이미지를 표상하는 양상은 수사드라마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범죄에 대한 관심 역시 1980년대 후반에 새롭게 주목받게 된다. 이전 시기까지 범죄에 대한 재연이 수사드라마에서만 가능했던 것을 고려하자면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한 텔레비전드라마들은 수사의 주체를 자경단형 인물로 바꾸어 사적제재에 나선다는 점에서 이전 시기와 차이를 보인다. <인간시장>, <제5열>, <아름다운 밀회> 등 추리소설이 각색되면서 사회정의를 되묻는 형태로 추리의 장르적 수용이 본격화된 것이다. 본고는 한국에서 추리 장르가 형성되는 과정을 수사드라마를 통해 살펴보며 전개과정을 역사적 관점에서 파악하고자 했다. 장르가 언제나 과정 중에 놓여있는 것처럼 한국의 텔레비전드라마 역시 다기한 과정을 거치며 독자적인 특성을 형성해왔다. 한국 텔레비전드라마는 자료의 소실과 접근의 어려움으로 인해 그간 특정 경향 위주로 설명되어왔으며 다채로운 인식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1970~1980년대 수사드라마에 대한 고찰은 한국에서 대중예술의 생산 조건과 수용 맥락을 다양한 방향에서 독해할 가능성이 있음을 밝혀내기 위한 것이었으며 2000년대 이후 추리드라마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드라마로의 발전이 어디에 기원을 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따라서 본고가 주목한 1970~1980년대의 수사드라마는 한국 텔레비전드라마사에서 추리의 장르적 형성과 발전 과정에 대한 유의미한 참조점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서사와 형식의 다양성을 확보하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변주해온 대중예술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확인하는 작은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텔레비전드라마사의 공백을 밝히는 것은 물론 대중의 선호와 취향이 어떠한 시대적 욕망을 경유하여 형성되는지에 대한 단면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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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초록 ⅰ
Abstract ⅳ
목차 ⅶ
표 목차 ⅸ
사진 목차 ⅹ
Ⅰ. 서론 1
1.1. 연구 목적 및 연구사 검토 1
1.2. 연구 대상 및 연구 방법 11

Ⅱ. 1970~1980년대 수사드라마의 형성 배경 22
1. 수사드라마의 등장과 전개 양상 22
1.1. 탐정추리극에서 수사드라마로의 전환 22
1.2. 추리의 전면화와 수사드라마의 분화 37
2. 사회정화로서의 텔레비전드라마와 방송 환경의 변화 49
2.1. 텔레비전 방송의 제도화와 방송 양식의 변화 49
2.2. 텔레비전드라마의 공공성과 대형화 56

Ⅲ. 수사드라마의 형성과 장르적 인식 68
1. 수사드라마의 관습과 규율로서의 신체 69
1.1. 실화와 과학의 재연으로서의 수사 69
1.2. 수사관의 신체와 공권력의 이미지 78
1.3. 연쇄살인의 일상화와 수사드라마의 변화 84
2. 반공수사드라마, 스펙타클과 목적의 조우 93
2.1. 반공수사드라마의 형성과 스펙타클의 전면화 93
2.2. 가족의 위기와 체제의 불안 103
3. 형사의 등장과 균열의 징후 110
3.1. 추리의 전면화와 특집극의 장르화 111
3.2. 형사의 신체, 불온한 즐거움 118

Ⅳ. 수사드라마로의 변화와 오락으로서의 범죄 127
1. 형사드라마로의 전환과 추리의 도입 128
1.1. 반공수사드라마의 쇠퇴와 형사의 등장 125
1.2. 사회문제의 재연과 추리적 요소의 도입 128
2. 범죄서사의 도입과 사회정의의 요구 147
2.1. 사회적 범죄의 재연과 직업적 범죄자의 출연 147
2.2. 자경단의 신체와 사적제재의 욕망 154

Ⅴ. 결론 162
참고문헌 166
부록 176
A. 1970~1980년대 수사드라마 자료 목록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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