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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후반 시의 항구 표상과 헤테로토피아 - 백석, 이용악, 오장환을 중심으로

The image of ports and heterotopia of poetry in the late 1930s - Focusing on Baek Seok, Yi Yong-Ak, and O Jang-Hwan

초록/요약

1930년대 한국시에 나타난 항구는 일본과 식민지 조선 사이를 오가던 시인들이 직접적으로 경험한 식민지 현실의 참상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한 장소이다. 식민지 근대의 병폐와 허구성을 스스로 확인한 이들은, 항구라는 장소가 가진 ‘개방성’과 ‘폐쇄성’에 시적 상상력을 투영해 고유의 시적 공간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본고는 양립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여러 공간을 한 장소에 겹쳐 놓은 미셸 푸코의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라는 개념을 이론적 근거를 삼아 1930년대 문학 지형을 살필 수 있는 백석, 이용악, 오장환의 항구시편에 주목하였다. 백석의 경우, 통영을 비롯한 항구(도시)에 대한 ‘장소성’은 시공간을 정지시켜놓은 듯한 ‘영원성의 헤테로토피아’다. 과거의 시간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으며, 현실에 없는 과거의 시간을 현실에 다시 소환하면서, 피폐한 식민지 현실 공간과 동떨어진 항구는 백석에게는 실존 공간이 되었다. 이용악의 경우, 항구는 ‘열림과 닫힘의 헤테로토피아’로 보인다. 식민지 지식인이자 유학생의 처지가 열림의 구조를 갖는다면, 고향 또는 유년시절로의 회귀는 닫힘의 구조를 갖는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항구는 외부에서 내부로, 내부에서 외부로 드나들 수 있게 하는 개방성을 속성으로 갖고 있는데, 이용악에게 항구는 두 가지 방식으로 폐쇄적이다. 하나는 시적 주체가 처한 현실 내의 폐쇄, 또 하나는 시적 주체가 그리워하는 가상 세계 내의 폐쇄가 그것이다. 오장환은 백석과 이용악과는 다르게 항구를 매우 부정적으로 보면서 그는 문명개화라는 환상과 그 배면에 숨겨진 퇴폐와 타락을 고발하면서 ‘환상(illusion)과 보정(compensation)의 헤테로토피아’를 함께 보여준다. 오장환은 식민지라는 상황이 구획해놓은 현실의 다양한 질서 뒤에 매음굴과 같은 곳이 존재함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방식으로, 환상의 헤테로토피아로 보정의 헤테로토피아를 전복하려는 의도를 보인다. 이들은 식민지 근대가 주도한 장소 배치와 그에 따른 병폐와 비애를 항구를 통해 경험함과 동시에 그곳의 ‘장소감’을 시로 형상화하면서, ‘반(反) 공간’으로서의 항구, 실존 공간으로서의 항구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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