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遊錄」을 통해 본 海隱 姜必孝의 학적 지향
The Academic Orientation ofHae-eun Kang Pil-hyo through the "Sayurok"
- 주제(키워드) Gang Pil-hyo , Sayurok , Yuramnok , Travel Note , Yun Gwang-so , 姜必孝 , 四遊錄 , 尹光紹 , 少論 , 半少半南
- 발행기관 한국한문학회
- 발행년도 2021
- 총서유형 Journal
- DOI http://dx.doi.org/10.30527/klcc..82.202106.007
- KCI ID ART002728067
- 본문언어 한국어
초록/요약
본고는 강필효의 학문과 문학을 규명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해은선생유고』에 수록된 「四遊錄」을 살펴보았다. 「사유록」은 산수 유람을 넘어서 강필효의 생애와 교유, 학문ㆍ사상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다. 강필효는 「사유록」을 저술하여, 유람록이라는 형식을 통해 자신의 생애를 再構했다. 강필효는 유람을 강학의 연장으로 이해하였다. 강필효의 유람록 가운데서도 유람과 강학이 가장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바로 「사유록」이다. 「사유록」을 살펴보면, 자연 경관에 대한 흥취보다는 강필효가 주변 인물들과 학문을 토론한 내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강필효는 평생의 유람 중에서 자신의 학문ㆍ사상을 드러낼 수 있는 여섯 번의 유람을 선택적으로 기술하여, 「사유록」에서 학적 지향을 드러냈다. 「사유록」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강필효의 학적 지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소론계 학맥을 현양하고자 하는 의식이다. 강필효는 스스로 소론의 嫡傳으로 자부하여 자신의 학맥이야말로 정주학을 올바로 계승했음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에 정자와 주자의 고사를 차용하여 소론계 학맥의 사승 관계를 宋代 性理學의 전수 과정에 빗대었다. 「사유록」 상ㆍ하편은 강필효가 윤광소에게 나아가 학문을 전수받은 내용으로 시작하여, 영남에서 소론계 학인의 자취를 확인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렇다면 「사유록」 전편은 소론계 적전으로서의 학문적 계승 의식을 뚜렷이 드러내기 위해, 평생의 유람 여정을 재편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음으로 간취할 수 있는 강필효의 학적 지향은 이이와 이황의 학설을 포용하려는 학문 태도이다. 이러한 면모는 특히 『심경』을 강론하는 대목에서 드러난다. 「사유록」에 채록된 윤광소의 언급을 보면, 윤광소는 당파에 따라 어느 한 학설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것을 지양하고 이이와 이황의 학설을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필효도 이러한 스승의 견해를 이어받아, 이이와 이황의 학설이 모두 주자학에 근본을 둔 것이므로 병존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강필효의 다른 저술을 살펴보면, 강필효가 양자를 동등하게 긍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강필효는 이기심성론에서 이이의 입장을 지지하되, 이황의 설도 유연하게 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강필효의 학문은 소론에 본원을 두고 있으면서, 유연한 태도로 영남 남인의 학풍도 포용하고자 하였다. 강필효는 영남에 성공적으로 정착하여 지역 문인들과 원만한 유대관계를 이어가며 소론계 학풍을 전파했다. 다만 여전히 남는 의문이 있다. 「사유록」을 보면, 강필효는 주로 성리학의 주요 명제는 윤광소, 성근묵 등 소론계 학자들과 토론하고 있다. 영남 남인들과 유람을 함께 했으나, 그들과의 심도 있는 강론은 「사유록」에 수록되지 않았다. 강필효가 영남 남인들과 학문적으로 민감한 쟁점을 전면적으로 논쟁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한 연구는 후고를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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