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전>의 여성 인물 형상과 그 영웅 서사적 가치
Female Figures and Heroic Epic Values in <Park-ssi-Jeon>
- 주제(키워드) 박씨전 , 여성 영웅 서사 , 여성 인물 형상화 , 연대(連帶) , 열린 서사 , Park-ssi-Jeon , female-hero narrative , female character image , solidarity , open narrative
- 발행기관 한민족어문학회
- 발행년도 2020
- 총서유형 Journal
- DOI http://dx.doi.org/10.31821/HEM.90.10
- KCI ID ART002675138
- 본문언어 한국어
초록/요약
<박씨전>에서 여성 영웅의 모습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은 단연 주인공인 ‘박씨’일 것이나,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의 곁에는 다른 많은 여성이 함께 있음을 볼 수 있다. 우선 박씨의 가장 가까운 곳에는 ‘계화’라는 인물이 존재한다. 박씨는 계화를 움직이는 수뇌부 역할을 하고 모든 일을 컨트롤하는 존재이지만, 그의 말에 따라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이 굴복시킬 대상(굴욕적인 전쟁의 책임을 물을 존재들)에게 직접 나서서 말과 행동을 실천하는 존재는 계화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박씨-계화’와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 역시 ‘호국공주-기홍대’라는 관계로 얽혀 있다는 점에서, 이들 관계가 우연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설정된 것임도 다시 살펴보았다. 병자호란에서 활약한 적대국의 실존 인물 ‘용골대’를 작품에 그대로 등장시키면서도, 이러한 여성 인물을 새로 설정했다는 것은 작가가 ‘국가, 신분, 나이 구분 없이 다양한 여성들의 활동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박씨전> 후반부에 등장하는 청에 포로로 잡혀가는 여성들(피로(被虜) 하층 여성들)을 통해서도 이러한 작가의 메시지를 재확인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박씨전>에서는 일부 영웅들의 활약을 통해서는 전쟁이라는 큰 난관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지만, ‘박씨’와 ‘계화’의 연대 활약을 보여줌으로써, 이것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일찍이 <박씨전>은 가정 내에서 무시당하던 ‘박씨’라는 인물이 환골탈태하여 남편, 왕에게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진정한 여성 영웅으로 인정받는 이야기라 해석됐다. 하지만 ‘박씨’를 둘러싼 수많은 등장인물의 행동, 대사를 분석한 결과, <박씨전>은 단순히 ‘박씨’라는 일인(一人) 영웅 서사물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요컨대 <박씨전>은 박씨라는 인물이 주변 인물과 때로는 연대하고 때로는 훗날을 기약하면서, 현재를 바꿔나가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서사이자, 아직은 미완이지만 희망을 남겨둔 ‘열린 서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완벽한 해피엔딩’이 되기 위해서는 결국, 각자 고유한 능력을 가진 ‘각계각층 사람들의 연대’를 통해 가능함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씨전>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메시지를 던져주는 소중한 고전(古典) 자산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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