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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과 혜화전문학교―식민지 고등교육 이원 구조와 조선학 학술장을 중심으로―

Cho Ji-hoon and Hyehwa College―Focused on Colonial Higher Education Dual Structure and Joseon Studies Academic Arena―

초록/요약

이 글은 조지훈 연구에서 늘 논의의 바깥에 위치해 있었던 조지훈의 혜화전문 수학 이력이 그의 학문적 관점 및 방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학술사적 맥락에서 그 상관관계를 논증하고자 한다. 조지훈이 근대 교육기관인 혜화전문에서 학업을 수행하였다는 사실은 ‘전통적 지식인’으로서 그를 규정해온 담론의 논리와 상충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축소⋅배제되어왔다. 그러나 조지훈이 그의 한국학 논고들에서 과학적인 방법을 강구하는 가운데 전통적 학문 방법을 비판하였다는 점에서 그는 ‘전통적 지식인’이란 틀에 가두어지지 않으며 그의 학문 방법의 기원은 새로이 궁구되어야 한다. 혜화전문은 조지훈이 본격적으로 근대 학제를 경험한 거점으로서 그가 학제 연구라는 방법론을 갖추고 전통과 근대, 민족과 세계 사이의 균형감각을 갖게 된 바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본의 고등교육 이원화 정책으로 인해 단과(單科)로 구성된 혜화전문의 학제는 그가 여러 학문을 넘나들면서도 분과학문들의 전문성을 심화하는 방식의 연구를 하게 하였으며, 종교, 철학, 예술을 중심으로 개설된 이곳의 교과 편제는 그가 이를 세 기둥으로 삼아 민족문화의 체계를 세우는 기틀이 되었다. 한편, 경성제대를 중심으로 한 관학 아카데미즘과 연희전문을 중심으로 한 민간 아카데미즘이 경합하였던 1930년대 조선학 학술장에서 혜화전문이 놓인 주변부적 위치는 변증법적 글쓰기라는 그의 특징적인 논리 전개 방식을 낳게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주변부의 자리에서 그는 두 진영 모두와 거리를 두면서도 그들을 의식하고 연구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으며 각 진영에서 벗어나는 독자적인 연구 방법과 관점을 고심하였다. 혜화전문 졸업 후 그가 서양철학에 탐독한 것은 그러한 방편에 대한 모색의 행보로 이해되며 그는 이를 통해 민족과 세계 사이의 균형을 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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