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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변화된 낭만, 전면화된 사실 - 1920년대 후반~30년대 중반 임화 평론에 나타난 ‘낭만성’ 재검토 : Reexamining the Appearance of “Romance” in Im Hwa’s Critiques between the Late 1920s and Mid - 1930s

Reexamining the Appearance of “Romance” in Im Hwa’s Critiques between the Late 1920s and Mid - 1930s

초록/요약

이 논문은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 중반까지의 임화 평론에 나타난 ‘낭만성’을 재검토하고 의미화하려는 목적 아래 작성됐다. 임화는 부르주아적 낭만성을 비판하면서도 그것과 변별되는 ‘낭만성’에 대해서 꾸준히 언급해왔다. 이는 그동안 임화를 낭만이라는 키워드로 살펴본 기존의 연구가 주로 1930년대 중반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맥락에서 제출된 낭만정신론의 의미를 살펴보는 데 집중되어왔던 것과는 다른 부분이다. 낭만정신론은 임화의 평론 세계에서 갑자기 등장했다가 사라진 것도, 사회주의 리얼리즘론을 단순히 받아쓰기 한 것도 아니었다. 그 이전부터 임화는 1930년대 중반 무렵 ‘낭만적 정신’이라 명명되는 자질의 것들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있었으며, 다만 그에 알맞은 말을 고르고 그 말에 정착하지는 못했다. 식민지 조선의 문학장 안에서 낭만성과 낭만주의가 이미 특정한 의미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화가 비판했던 낭만주의는 조선이라는 특수한 물적 토대 속에서 형성됐던 사조로서 부르주아적 낭만주의로 일컬을 수 있다. 그는 부르주아적 낭만주의의 미적자질로 과거지향성, 신비성, 염세성 등을 두루 지적했다. 카프 진영의 주도적 논자였던 임화는 이렇듯 자신의 논리를 프로문단 밖에 있었던 흐름과 변별하려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낭만’ 자체가 가지는 힘과 역할을 저버리지 않았다. 따라서 사조로서의 낭만주의, 그 미적자질로서의 낭만과는 다른 사회주의 문예의 차원에서 ‘낭만성’을 논할 필요가 있었고, 그에 상응하는 세계관과 태도, 미적 자질 등을 다른 방식으로 변주하여 표현했다. 이렇게 저변화된 ‘낭만성’은 사회주의 리얼리즘론이 논의되던 시기에 이르러 ‘낭만적 정신’이라는 개념의 옷을 입고 전면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그에게 ‘낭만적 정신’이란 계급주의적 세계관, 그러한 세계관에 입각해 역사의 발전을 믿는 예술가의 태도, 그러한 태도를 바탕으로 한 미래지향적 미적 자질을 두루 포괄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임화 평론에 나타난 ‘낭만성’의 의미를 재발견했을 때,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수용이라는 문제틀 안에만 머물지 않으면서 ‘임화에게 리얼리즘이란 무엇이었는가’의 문제를 발본적으로 재검토할 가능성이 열릴 수 있게 된다. 임화가 리얼리즘론을 전개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던 한 축이 바로 이 ‘낭만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시기 임화의 리얼리즘론에 대한 논의는 ‘낭만성’을 언급하지 않고는 그 전체적인 면모를 살펴볼 수 없다. 임화 평론에서 전면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축인 리얼리즘은 그 내적 원리로서 저변화된 ‘낭만성’의 문제를 시야에 넣을 때 비로소 더 주체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임화에게 리얼리즘이란 삶과 세계를 반영하는 문제이자 그것을 형성하는 문제였다. 현실의 반영을 넘어서 그것의 형성을 이야기할 때, 원리로서의 ‘낭만적 정신’은 창작의 준거이기도 하지만 삶과 예술 전체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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