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휘 소설에 나타난 언론 주체 연구 -「성」, 「성채」, 「호접몽」을 중심으로 : Journalist Between the Action and Contemplation, Between the Resistance and Compliance -About Characters of Seon-woo Hwi's Novels
Journalist Between the Action and Contemplation, Between the Resistance and Compliance -About Characters of Seon-woo Hwi's Novels
초록/요약
선우휘는 지금까지 행동주의적 휴머니스트로 상찬되거나 보수적 반공주의자로 비판되어 왔다. 그러나 실제 그의 소설작품들은 행동주의나 반공주의적 관점으로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소설에서 보이는 자신의 신념을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주저하는 인물들이나, 좌익 이념가들의 열정과 신념을 호의적으로 보는 시선들, 또 좌익과 우익을 동시에 비판하는 관점들은 선우휘의 소설이 단순명쾌하지 않음을 드러낸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지금까지 행동주의나 반공주의의 맥락에 잘 들어맞지 않아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작품들을 중심으로 선우휘 소설의 새로운 의미를 탐색해본다. 첫째로는 「성」이라는 선우휘의 첫 발표작을 살핀다. 기존에 「귀신」이라는 제목으로 1955년에 발표된 것으로 잘못 알려졌던 이 작품은 실제로는 1956년 4월 잡지 『신세계』에 발표되었다. 이 소설은 귀신이라는 환상적 존재가 1인칭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현실에 밀착해 있는 다른 선우휘 소설과 독특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소설 내에서 귀신의 임무가 인간세계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이라는 점은 「성」이 언론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가의 다른 작품과 의미상 무관하지 않음을 드러낸다. 둘째로 『사상계』에 1963년부터 1964년까지 연재되었던 「성채」라는 작품을 살핀다. 미완성 장편인 이 작품에서 본고가 주목하는 부분은 소설의 중심인물 중 하나인 한수현과 그를 둘러싼 사건이다. C신문사의 기자인 그는 좌익운동가 살해사건을 둘러싼 진실을 알게 되고 그 보도 문제를 놓고 갈등한다. 사건의 전모를 상부의 압력으로 인해 C신문에 발표할 수 없게 되자, 그는 『여론』이라는 잡지에 그 내용을 발표하고 큰 반향을 얻는다. 그 문제를 놓고 한수현과 그의 상급자인 C신문사의 노부장이 언론인의 정체성에 대한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것은 ‘보는 자’와 ‘보이는 자’의 문제로 요약된다. 노부장은 언론인의 진정한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자로써의 ‘보는 자’로 여기나, 한수현은 언론인이란 자신의 사상이나 신념을 행동으로 드러내는 ‘보이는 자’가 아닐까 고민하는 것이다. 이러한 ‘보는 자’와 ‘보이는 자’의 구분은 현실을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관찰하는 자와, 현실에서 이념이나 사상을 알리고 주도해가는 자에 대한 알레고리이다. 즉 이 작품에서는 관찰자와 행동가 사이에서 고민하는 언론인 주체가 재현되어 있다. 셋째로는 「호접몽」이라는 고백적 작품을 살펴본다. 1966년 발표된 이 작품에는 한국전쟁기의 징집 문제나 4·19라는 사회적 문제를 마주하여 마치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자신의 ‘눈’을 감아버리는 인물에 대한 비판 의식이 담겨있다. 기존 연구들의 견해(행동적이거나 순응적이거나, 어느 쪽이든 명확하게 결정된 인물이 나타난다는)와는 달리 선우휘 소설에서는 역사적·사회적 현실 앞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호접몽」 또한 그런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인데, 위기가 닥칠 때마다 눈을 감은 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자신에게 최면을 거는 ‘나’라는 1인칭 인물의 태도를 풍자적으로 제시하였다. 즉 이 소설은 내적 갈등과 고민 속에서 방황할 뿐 행동하지 못하는 인물을 비판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성」에 등장한 ‘관찰하는 주체’는 언론주체를 암시하며, 이후 「성채」와 「호접몽」 등의 작품에서 ‘참여와 관조 사이에서 유동하며 고민하는 주체’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작가의 가치관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 현실과 조응하며 변화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선우휘 소설의 초기부터 중기까지를 아우르는 위의 세 작품은 언론과 문학이 관계 맺는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한국 근현대사의 한 축에는 언론과 정부의 길항이 자리하고 있다. 대체로 정부는 언론을 장악·통제하려 했고, 언론은 그에 맞서기도 하고 또한 순응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점해왔다. 선우휘의 위 세 소설들이 갖는 의의는 ‘관찰자’, ‘보이는 자/보는 자’, ‘눈 감는 자’로 그려지는 인물(과 귀신)을 통해서 그런 사회적 현실 속에서 유동하는 언론인 주체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세 작품 뿐 아니라 다른 많은 작품에서 직업이 기자인 인물들이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데, 그것은 작가의 소설 전반을 가로지르는 하나의 큰 축에 언론 주체로서의 ‘관찰적 기능’과 ‘참여적 역할’에 대한 문제의식이 자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 언론의 역사는 대체로 정부와의 대립에서 야합으로 향하는 패배의 역사였으며, 선우휘는 그런 현실의 중심부에서 소설을 통해 언론인의 역할과 자세에 대한 고민을 상징적으로, 때론 고백적으로 드러내었던 소설가/언론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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