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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명법과 호명적 담론을 통한 이데올로기의 연구 -박경리의 『시장과 전장』을 중심으로 : A Study of ideology through naming and the discourse of calling sb’s name-Park Kyung-ni’s the market and battlefield

A Study of ideology through naming and the discourse of calling sb’s name-Park Kyung-ni’s the market and battlefield

초록/요약

이 논문은 『시장과 전장』에 나타나는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작품의 문체적 특징과 연관지어 살펴보려는 목적을 갖는다. 한국전쟁을 다루는 전후소설에서 이념의 문제는 그동안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어 왔다. 전쟁의 원인과 관련해 공산주의/반공주의/민족주의/아나키즘 등의 수많은 ‘이즘(ism)’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이 많은 소설 작품들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박경리의 『시장과 전장』(1964년)은 좌우익 사상 대립의 문제를 기존의 피해자/가해자의 이분법적 구도나, 옳고/그름의 공방으로 의미화하지 않는다. ‘공산주의자=빨갱이=괴물’의 도식이 아닌, 다양한 이념적 지도를 통해 코뮤니즘의 의미를 규명한다는 점에서 『시장과 전장』은 주목의 대상이 된다. 박경리는 특히 공산주의/반공주의 대결구도의 전형성에서 벗어나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다룬다. 이때 ‘시장’이라는 공간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시장’은 생활의 활기와 생명력을 표상하면서 이념의 안과 밖을 동시에 조망하게 해준다. 또한 기훈을 주축으로 석산 선생, 장덕삼 등과 벌이는 이념 논쟁은 제3의 전향자의 시선을 통해 코뮤니즘을 객관화한다. 이 논문은 무엇보다도 『시장과 전장』에 이념적인 가치 지향을 명시하려는 언술이 빈번히 제시된다는 점에 주목해 작품의 형식적 측면에서 이념성을 표현하는 방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것은 즉 『시장과 전장』에서 ‘나/너/그는 ―이다.’의 언술구조를 통해 자신의 이념적 정체를 증명하려는 담론의 형태를 띠고 나타난다. 예를 들어 『시장과 전장』의 많은 이념분자들은 “컴니스트”, “아나키스트”, “니힐리스트” 등의 이념적 주체성을 명시하기 위해 ‘a는 b이다.’의 언술을 특별한 방식으로 발화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명명법과 호명적 담론은 이데올로그들을 흔히 신념에 가득 찬 주체, 열정의 혁명가로 호명한다. 반면 ‘가화’라는 인물은 자신의 이름 자체로 호명되는 특별한 존재이다. 『시장과 전장』에서 그녀는 예외적으로 이념적 대리인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녀의 이름은 다시 말해 이데올로기에 의해 작동되는 호명 행위를 무화시키는 절대의 명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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