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명철학에서 도덕의 보편성 문제 : 阳明哲学的道德普遍性问题
초록/요약
이 글은 陽明의 철학에서 도덕의 보편성에 대한 연구이다. 각 개인의 良知만이 도덕의 준거라고 주장하는 양명의 도덕 철학은 그동안 주로 상대주의적 도덕관으로 이해되었다. 이런 이해는 양명이 처한 시대가 중국에서 근대화의 맹아기이며 양명 후학의 사상 중에 근대성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과 결부된 것이기도 하였다. 마음에 대한 발견, 개인에 대한 발견, 개인의 자유에 대한 신념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일련의 근대적 성향이 양명 철학에도 나타난다. 양명은 堯舜 이래의 儒家 윤리가 인간의 良知가 가장 온전하게 발현된 실례였다고 주장하였다. 누구든 자신의 良知를 따를 때 모든 사람이 堯舜과 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유가의 성인들이 만든 文章制度를 준수한다고 해서 요순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본성을 따를 때 요순이 될 수 있다는 이 발상은 강제적 규범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지만, 유가 윤리의 보편성에 대한 강한 믿음을 전제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宋明理學에서는 보편적인 진리를 대체로 ‘天理’로 지칭하는데, 양명은 이 ‘天理’가 주관의 良知 속에서 현현한다고 주장한다. 良知의 是非 판단이 天理의 구체적인 현현이므로, 보편 규범은 객관적 사실에 대한 인식을 통해 정립되는 것이 아니라 주관의 良知가 시시각각으로 현현한다는 것이다. 각 개체는 서로 호환될 수 없는 독립적 존재이므로 타자의 사례는 어느 하나가 보편적인 선례로서 받아들여질 수 없다. 말하자면 각 개체가 모두 독립된 존재로서 자신으로부터 비롯되는 서로 다른 세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객관성에서는 결코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보편 규범이 정립될 수 없다. 그런데 모든 주체들은 동일하게 天理로부터 기원하였기 때문에 모두 상황을 올바로 판단할 수 있는 良知를 가졌다. 이 良知에 따른 실천으로 형성해내는 각각의 세계 사이에는 보편성이 관류하고 있다. 다른 존재로부터 객관적으로 보편 규범을 취해올 수 없는 대신 그 良知의 주관적 준칙을 온전하게 세워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진정한 의미의 보편적 규범이 세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양명은 이렇듯 良知의 진리성을 보편성 위에 정초하고 객관적 권위를 내세우는 진리관을 배격함으로써, 오직 良知의 명령에 着實하게 따르는 것이 건전한 사회를 이루는 유일한 길이 된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해, 양명은 현실을 지배하는 유교 윤리체계를 부정하고 거기에 대항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良知를 절대적으로 믿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유교 윤리체계를 온전하게 정립하는 가장 옳은 방법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양명의 이러한 진리관은 거대한 객관적 권위에 짓눌려 주관적으로는 동의할 수 없는 규범체계, 진리체계를 받아들이고 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용기를 심어준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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