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욕망 I. 끝으로부터 철학하기 : Bedürfnis der Philosophie I. Philosophieren vom Ende her
Bedürfnis der Philosophie I. Philosophieren vom Ende her
초록/요약
철학은 존재하는 것들의 존립의 근거로서의 존재를 추구하는 학문, 존재론이다. 그리고 존재는 모든 존재자가 존재자로 존재하게끔 해주면서 스스로는 존재자가 아닌 어떤 것이다. 그것은 존재자 전체의 단적인 부정으로서의 무이며, 존재자의 계열의 절대적인 끝이라는 한계 개념이다. 바로 이 한계를 사유하는 것이 그 시원 이래 존재자가 아니라 존재를 탐구해 온 철학의 고유한 과제가 되어왔다. 이런 의미에서 철학함이란 그 본성상 ‘끝으로부터 철학하기’이다. 끝이라는 한계 개념은 철학하는 자에게 두 가지의 과제를 부여한다. 철학하는 자는 우선 존재자 일반을 단적으로 부정하여 존재자의 계열의 끝에 이르러야 하고, 이 끝에서 존재자의 절대적 부정으로서의 존재 내지 무를 사유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철학은 ‘한계에로의 또는 한계에서의 사유 실험’이다. 이 같은 끝으로부터 철학하기가 플라톤과 하이데거의 철학의 정신을 구성하고 있다. 플라톤은 이 또는 저 좋거나 아름다운 것들이 아니라 좋음 자체와 아름다움 자체를 추구하며 하이데거 역시 이 또는저 존재자가 아니라 존재자의 절대적 부정으로서의 무를 추구한다. 두 철학자가 추구하는 것은 ‘∼것(존재자)’들의 계열의 끝에서 비로소 만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존재이다. 철학자가 존재를 추구하는 한, 그는 동시에 존재자의 끝, 존재자로서의 자신이 걷는 철학의 길의 끝, 즉 죽음 역시 사랑하여야만 한다. 이런 맥락에서 플라톤은 철학을 ‘죽는 연습’으로 규정하며 하이데거 역시 철학하는 현존재에게 ‘죽음에로 미리 달려가 볼 것’을 권한다. 그러나 철학자가 연습하는 죽음, 그리로 미리 달려가 보는 죽음은 실재적인 죽음이 아니다. 철학자가 원하는 것은 상상적으로 선취된 죽음이며, 죽음의 순간, 즉 존재자의 끝의 순간에 비로소 가질 수 있다고 여겨지는 존재의 관점이다. 철학자는 죽음을 연습하고 선취하며, 이를 통해 얻은 죽음의 관점에서 삶을 관조한다. 즉, 자신이 걷는 철학적 사유의 길의 끝(지혜)의 관점에서 철학(애지)의 길을 이해한다. 이렇게 우리가 갖기를 원하되 갖지 못한 것, 갖지 못했기에 사랑하고 추구하는 것, 즉 우리의 단적인 타자의 관점에서 지금-여기의 나를 이해하는 것 - 바로 이것이 애지라는 말의 본래적인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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