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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규형본(呂圭亨本) <춘향전(春香傳)> 각본의 형성과 독서물로의 수용 전환 : The formative process and the later adaptation of Yeo Kyuhyeong's Chunhyang-jeon

The formative process and the later adaptation of Yeo Kyuhyeong's Chunhyang-jeon

초록/요약

본 논문에서는 여규형본 <춘향전>이 형성된 경위와 후대적 수용 양상에 관하여 고찰하여 보았다. 필자는 이인직이 원각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시점을 구체화함으로써 여규형본이 1909년 5월에서 11월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간 이인직이 원각사의 설립자로 알려져 왔던 것은 사실이나, 그가 실질적으로 원각사에 영향을 미쳤던 시기는 1909년 5월 이후였다. 일본에서 귀국한 그는 <춘향전>, <심청전>의 창극 공연이나마 급히 올려야 할 상황이었고, 이때 여규형에게 공연에 쓰일 각본을 요청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의 창극적 상황과 원각사 공연물에 대한 지식인층의 비판 여론을 고려해볼 때, 여규형은 내용적으로 순화되고,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정제(整齊)된 각본을 요청받았을 것이다. 여규형은 원각사 측의 요청을 수용하면서도, 무대물화를 염두에 두고 당대의 판소리 및 창극적 배경을 비교적 충실하게 담아냈다. 한편 여규형본은 창극 공연 구성에 있어 전체적인 줄거리와 방향, 미감을 제시하고, 각 등장인물들의 대사나 창이 분담할만한 내용을 구획하는 정도의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개작 당시의 의도대로 여규형본 <춘향전>은 1909년 5월에서 11월 간 원각사의 창극 공연에서 각본으로 활용되었지만, 이 극장은 금세 문을 닫고 말았다. 그러나 당대의 문장가였던 여규형의 <춘향전>까지 극장 폐관과 함께 사라졌던 것은 아니다. 그의 작품은 이후 1920년대, 1930년대에 걸쳐 독서물이라는 조금은 다른 양식으로 향유되었다. 우선 1920년대 초, 일본인 독자들을 위한 조선의 역사서․문학서 전집인 『통속조선문고』의 간행 계획에 여규형의 <춘향전>이 거론된 점을 들 수 있다. 또 1930년대에 집필된 이재욱의 기록과 현재 규장각․고려대학교․단국대학교에 소장되어 있는 필사본의 존재로부터 당시 여규형본 <춘향전>이 한문학적 소양이 있는 국내의 독자들에게도 널리 읽혔음을 알 수 있다. 한편 1929년에 창작된 이능화의 <춘몽연>은 독서물로서의 한문연본을 창작하는 문장가가 자신 당대의 창극적 상황보다 여규형의 <춘향전>을 더 중요한 참고로 삼은 사례에 해당한다. 이상 본고에서는 1909년에 원각사 공연용 각본으로 기능하였던 여규형본 <춘향전>이 이후 1920~1930년대에 이르러서 독서물로 다시금 향유되었던 정황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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