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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인식과 인륜성 : Tragic Knowledge and Ethical Life

Tragic Knowledge and Ethical Life

초록/요약

문예작품으로서의 비극은 비극적인 것과 구별되며 후자는 미학의 영역을 넘어서는 철학적 관심의 대상으로 설정되어 왔다. 특히 쉴러와 쉘링, 헤겔, 횔덜린 등의 독일 관념론의 전성기에 비극에 대한 이론적 관심이 고조되었는데, 여기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이나 칸트의 ‘판단력비판’의 경우와 달리 미학적 감성의 고유한 차원이나 감성적 판단의 조건들에 대한 이론적 탐색을 넘어서, 비극적인 것의 규범적 잠재력을 논구하는 것이 주된 과제로 부각되었다. 비극적 인식에 대한 통찰은 어디까지나, 보다 조화롭고 포괄적인 사회정치적 통합을 추구하기 위한 작업으로 이해되었던 것이다. 이는 이성중심의 계몽주의나 계약사회, 근대적 개인주의 등에 대한 비판의 의미를 함축한다.그러나 논자는 비극적 인식의 의미가 두 가지, 상호 연관된 관점 하에서 새롭게 규명될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비극적인 것은 비록 그 전형이 고대 그리스의 제한된 시기에 태동했으나, 그 의미와 파장은 서구적 규범문화의 전개과정에서 주축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근대의 대표적인 비극론으로 알려진 헤겔의 비극론, 특히 ‘안티고네’에 대한 해석을 통해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비극과 비극적 인식이 현상적 수준에서는 물론 철학적, 문학적 담론을 형성함으로써 일종의 문화적 도구로 변형되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비극에 대한 담론의 분석은 어떻게 ‘비극적인 것’이 서구 중심의 규범적 관점을 강화해온 문화적 기제로 사용되었는지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게 만들어 준다. 비극적 인식에 대한 이해는 결국 서구적 규범문화의 심층적 분석의 한 중요한 계기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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