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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시기(1937~1946) 巴金 소설의 현실인식과 비극성

초록/요약

본 논문은 1937~1946년에 창작된 바진(巴金, 1904~2005)의 소설을 중심으로, 작가가 전쟁과 개인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했는지 그리고 어떠한 방식으로 전쟁 현실의 비극성을 인식하고 극복하고자 했는지를 분석하여, 궁극적으로 바진의 소설에 나타난 현실인식의 양상을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바진은 전쟁 기간 동안 대륙 각지를 전전하며 장편소설 격류삼부곡, 항전삼부곡, ≪추운 밤 寒夜≫(1946), 중편소설 ≪휴식의 정원 憩園≫(1944), ≪제4병실 第四病室≫(1946) 등 많은 양의 소설을 써내려갔다. 또한 단편소설로는 <모나리자 莫娜 · 麗莎>(1937), <환혼초 還魂草>, <어떤 부부 某夫婦>(이하 1941), <돼지와 닭 豬與雞>, <형과 아우 兄與弟>, <남편과 아내 夫與妻>(이하 1942), <삶과 죽음 生與死>(1944), <여자아이와 고양이 女孩與貓>(1945) 등이 있다. 이 작품들은 “인간의 마음속에 생기는, 자신의 동료나 또는 피할 수 없는 운명과의 갈등의 결과로 생기는 인간의 고통과 불행을 취급하”는 비극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무엇보다 자신의 사상적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 및 전쟁으로 인해 이전과 다르게 시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작가 바진의 비극적 현실인식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따라서 본 논문은 앞에 언급한 바진의 소설 작품들을 논의의 대상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 동시기에 쓰였거나 그 당시를 언급했던 바진의 산문을 함께 살펴보면서, 현실과 일상 묘사를 위주로 하는 객관적 글쓰기라는 서술적 측면, 전쟁 속 개인의 삶과 죽음을 응시하는 작가의 역사의식에 대한 서사적 측면, 비극적인 현실을 극복하려는 작가의 아나키즘이 내재된 시대정신이라는 내용적 측면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바진이 소설과 산문에서 폭격으로 인해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민중들의 일상생활이 무너지는 것을 핍진하게 묘사한 목적은 전쟁의 폭력성을 고발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고발에 대한 의지는 전쟁이라는 현실의 추악함에 대한 비판의식에서 기인한 한편, 인간의 운명이란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작가의 비극적 현실인식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전쟁으로 인한 고통 속에서도 강한 의지를 가지고 현실을 극복하려는 민중들의 행동을 묘사하며 좌절하지 않는 강인한 인간의 생존력을 보여주고, 자신의 직책을 다하고 끝까지 투쟁하여 항전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전쟁 속에서도 발견되는 인간애를 통한 화해의 세계를 바진이 갈망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에서 주로 나타난 1인칭 시점의 내적 초점화 ․ 외적 초점화 서술과 일상서사에 따른 객관적인 묘사는 중일전쟁과 내전시기를 살아가던 개개인의 삶의 허무함이 주는 절망감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현실을 더욱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데 일조하였다. 즉 바진이 인식한 전쟁 현실의 비극성은 객관적 서술로 인해 더 핍진하게 묘사되어 그 슬픔과 분노가 배가되는 효과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바진에게 있어서 죽음은 그의 작품 곳곳에 등장할 뿐만 아니라 어려서부터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목도한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도 연관되는 모티브라 할 수 있다. 바진이 작품에서 유독 죽음을 다루고 등장시킨 이유는 바로, 실제로 처참한 죽음이 흔했던 중일전쟁과 내전시기에 삶 속에서의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고 이해함으로써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죽음과 가난, 갈등이 빈번할 수밖에 없었던 전쟁이라는 운명의 폭력성 앞에 직면한 개개인을 소설에 등장시킴으로써 당시의 시대상과 자신의 비극적 현실인식을 형상화하였고 사회구조의 폭력에 의해 희생되어야했던 개인과 그들을 둘러싼 현실을 동정하고 비판했으며 죽음 앞에서 현실을 직시하여 삶을 긍정하고자 하는 의지를 써낸 것이다. 바진은 소설 속에 처참한 현실을 살다간 인간 개개인의 소시민적인 근성과 유약한 태도를 지닌 인물을 형상화하여 전쟁이라는 현실을 비판하는 한편, 파괴된 삶의 터전과 위기 속에서도 인생은 계속되고 있기에 쉽게 비관하거나 희망을 버리면 안 되고 각자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즉 바진이 중일전쟁과 내전시기 소설들에서 줄곧 말했던 것은 ‘운명의 폭력성으로 인해 좌절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도 분투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였다. 이는 바진이 중일전쟁과 내전시기에도 놓지 않았던 아나키즘과 연결된다. 본 논문은 바진이 전쟁으로 인한 피해상을 보여주면서도 인간에 대한 연민과 이해를 바탕으로 소설 속에 개인과 시대를 형상화하였던 데에는, 그가 줄곧 견지하였던 아나키즘이 전쟁의 비극성에 대한 현실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행해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또한 바진은 당시의 부조리하고 혼돈스러운 시대와 사회를 비판하였고 인류를 포함한 생명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전쟁을 비판하였지만, 전쟁이라는 비극적이고도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개개인의 인간성이 가진 가치는 옹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즉 중일전쟁과 내전시기가 내포한 비극성에 대한 바진의 현실인식의 특징은 발버둥치며 살아가야 하는 비극적인 현실일수록 과연 인간의 삶은 무엇인지 그리고 전쟁과도 같은 삶 속에서 과연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라는 근원적이고도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답으로 집약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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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Ⅰ. 서 론 1
1. 연구의 목적과 대상 1
2. 연구 성과 검토 6
3. 연구의 시각과 방법 24

Ⅱ. 전쟁 시기 바진의 창작관과 현실인식 31
1. 소설 창작의 관점과 항전의지 31
1.1. 거대서사에서 미시서사로 31
1.2. 항전에 대한 바진의 생각 36
2. 도덕과 생활문제 논쟁 47
2.1. 아나키즘에 기반한 도덕관 50
2.2. 개인과 사회에 대한 고민 59
3. 산문에 보이는 바진의 현실인식 64
3.1. 전쟁과 폭격 묘사 64
3.2. 광명을 향한 외침 69

Ⅲ. 전쟁 현실의 일상과 객관적 서술 79
1. 내적 초점화를 통한 서술의 객관성 확보 80
2. 현실과의 거리 유지를 위한 외적 초점화 92
3. 일상을 바라보는 방랑자적 시선 100

Ⅳ. 전쟁 현실의 곤경에 대한 역사적 탐색 111
1. 시간인식을 통한 삶의 의미 포착 112
2. 죽음을 통한 삶에의 응시 125
2.1. 삶과 죽음 사이에서 126
2.2. 운명의 폭력성에 직면한 개인 137
3. 기억과 역사의 소설적 구현 145
3.1. 기억의 재구성을 통한 현실 공감 146
3.2. 개인의 체험과 역사의 관계 157

Ⅴ. 전쟁의 비극성과 비판적 극복 165
1. 개인과 가정에 가해진 전쟁이라는 비극 166
1.1. 여성 생존 현실의 모순성 166
1.2. 불안정한 가정과 좌절하는 개인 179
2. 일관된 아나키즘 견지 185
3. 이상적 미래 사회 추구 199
3.1. 인물 형상화를 통한 우회적 사회 비판 200
3.2. 비극적 상황에서의 극복 의지 210

Ⅵ. 결 론 221

≪參考文獻≫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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