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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고봉 四端七情 논변의 도덕교육적 含意

초록/요약

인간은 이성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며 도덕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동정심이나 연민과 같은 도덕적 감정이 강력한 도덕적 행동의 動因이 되기도 한다. 그동안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도덕교육은 ‘이성’을 중요시하며,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이나 이성에 의한 도덕적 판단을 주요 내용으로 다루었다. 도덕성 함양을 위해서는 이성적인 판단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내면에 있는 ‘마음’을 살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은 이황과 기대승의 四端七情 논변에 대해 문헌학적으로 세밀하게 분석한 연구는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축적된 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두 사상가의 내용 중 현재 도덕교육에서 고민하는 교육의 부분들을 연결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특히 도덕적 동기의 관점에서 학교 도덕교육과 퇴계와 고봉의 사단칠정의 접점을 찾으려고 시도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연구들과 차이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먼저 四端七情論이 형성된 배경을 알아보기 위하여 선진유학의 인성론과 주희의 이기론 및 심성론을 고찰하였다. 이를 토대로 조선 시대에 학문적으로 커다란 파급력을 가졌던 이황과 기대승의 사단칠정 논변의 전개과정을 문헌 연구를 통해 살펴보았다. 이황과 기대승은 理와 氣의 관계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관점에 차이가 있다. 이황은 理와 氣를 가치론적으로 구분하였고 기대승은 존재론적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이황은 사람의 감정을 도덕 감정(四端)과 자연 감정(七情)으로 분류하고, 두 감정의 연원을 理(도덕 성향)와 氣(욕구 성향)로 파악한다. 반면 기대승은 理氣의 관계를 理(원리)가 氣(재료)에 타고 있는 존재론적 관계로 이해한다. 이러한 상이한 이해는 사단과 칠정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사단칠정 논변의 중요한 쟁점은 ‘四端이 七情에 포함된 영역인지, 그렇지 않으면 七情과는 별도로 존재하는 선한 인간의 본성의 영역인지’와 관련된다. 이황은 사람들이 선한 행동을 지속하기 위하여 그러한 행동의 근간이 되는 四端의 독립적 지위를 확보하고 싶어 했다. 그는 인간이 도덕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도덕적 정당성과 절대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이론을 정교화 나갔으며, 七情과 차별화시킨 四端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몸과 마음을 수양해야 함을 강조한다. 반면 기대승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 중 선한 감정을 四端으로 이해했다. 그는 사단과 칠정이 동일한 뿌리를 가지고 있으나 다르게 불릴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대승은 칠정의 감정이 중절하여 사단으로 드러나기 위해서 인간에 대한 현실적이고 경험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옳은 생각과 행동을 지속해서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살피는 인격 수양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성리학의 수양론에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성찰하여 훌륭한 인격을 가진 인간이 되고자 노력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도덕교육에서 관심을 가지고 다루어져야 할 분야이다. 이황은 사단을 도덕성향의 감정으로, 칠정을 욕구성향의 감정으로 구분하며 사람의 선한 본성에 주목하는 공부론인 ‘敬’을 강조하였다. 자신의 중심을 바로 잡고 늘 깨어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만 자신의 감정을 살필 수 있다. 인간의 선한 마음에 집중하며, 한시도 다른 곳에 마음을 두지 않는 한결같은 태도를 갖는 이황의 공부 방법은 개인적인 마음의 수양과 행동의 수양을 요구한다. 敬은 마음을 주재하여 안으로 도덕적 심성을 배양하고, 행동 속에서 악의 발현 가능성을 억제하는 수양론적 원리이다. 한편 기대승은 사람이 가진 많은 감정을 상황에 맞게 발현시킬 수 있도록 ‘中節’의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기대승에게 있어 중절은 모든 이가 공감하고 인정하는 보편적 수준으로 개인의 감정을 고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절의 감정은 공동체의 윤리에 부합하고 사회적 조화에 이바지하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행동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해 보았을 때 그 결과가 바람직할 것인지를 고민해 본다면 그 행동이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적합한 판단을 내리기가 용이해 진다. 사단칠정 논변은 도덕적인 인격을 가진 聖人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지 않는다. 이 논의는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사람들이 갖게 되는 감정 중 도덕적 감정을 확보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를 살펴보는 과정은 도덕 교육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인간에 대한 긍정적 믿음을 바탕으로 한 이황의 ‘敬 공부’와 기대승의 ‘中節’의 내용이 도덕교육에 적용된다면 한국형 인성교육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근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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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Ⅰ. 머리말
1. 연구 목적
2. 연구사 검토
3. 연구 방향

Ⅱ. 四端七情論의 형성 배경
1. 先秦儒學의 人性論
2. 四端과 七情의 개념
3. 주희의 理氣論과 心性論

Ⅲ. 이황과 기대승의 四端七情 논변
1. 四端七情 논변의 발단
2. 이황 四端七情論의 특징
3. 기대승 四端七情論의 특징

Ⅵ. 四端七情 논변의 도덕교육적 의의
1. 이황의 敬 공부
2. 기대승의 中節 사상

Ⅴ. 맺음말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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