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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국극의 멜로드라마적 요소와 현실대응 양상

초록/요약

본 논문은 1950년대 여성국극 텍스트를 중심으로 여성국극의 대중성을 규명하고, 텍스트를 통해 엿볼 수 있는 당시의 사회상을 살펴보았다. 판소리와 창극을 모태로 한 여성국극은 여성만이 배우로 등장하는 특수한 대중극이다. 1950년대의 공연문화를 논함에 있어, 여성국극은 빠질 수 없는 장르 가운데 하나이다. 그것은 여성국극이 당시 영화 및 연극계의 흥행을 위협할 만큼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이후 1960년대로 접어들면서는 그 모습을 점차 감추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국극의 실체를 보다 명확히 규명하는 작업은 여성국극이 표상하고 있는 ‘대중극’의 실체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이것이 풍미했던 ‘1950년대’를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여성국극의 연구가 공연연보, 공연단체, 공연배우 등 텍스트 외적 실체에 집중되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제는 이를 넘어서 보다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그동안 이러한 성격의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했던 이면에는 여성국극 텍스트의 부재라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여성국극 텍스트가 자료집을 통해 발간되기도 하였고, 필자 또한 대본을 확보하게 되면서 텍스트 중심의 연구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필자는 1950년대 여성국극 대본 27편을 대상으로 하여 작품의 구조적 특징을 분석하고 이것이 당대 사회와 어떤 지점에서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가를 탐색하는데 주력하였다. Ⅱ장은 이 가운데 여성국극의 텍스트 내적 구조에 무게를 두고 작품을 분석한 연구이다. 필자를 이를 보다 안정적으로 서술하기 위해 대중극의 한 장르 가운데 하나인 ‘멜로드라마’에 여성국극을 대입하여 살펴보았다. 멜로드라마는 서구에서 18세기 말엽부터 싹트기 시작하여 19세기에 이르러서는 대표적인 극형태로 발전 대중의 절대적 환영을 받게 된 극장르로, 애정서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연극이다. 여성국극은 텍스트 내적으로 1) 정형화된 인물구성과 사건 중심의 플롯, 2) 감정의 과잉과 정서의 비약, 3) 엄격한 도덕적 정의의 준수라는 멜로드라마적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는 공연이다. 이것은 대중서사의 보편적인 특징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여성국극의 대중성을 보편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필자는 먼저 여성국극의 인물들이 선악이 분명한 대립구도를 띠고 있다는 점, 인물 가운데 웃음을 유발하는 기능적 역할을 하는 자가 반드시 있다는 점을 들어 여성국극 인물의 정형성을 논하였다. 또한 우연과 필연의 반복적 변주와 연속되는 사건의 발생을 들어 여성국극이 서사를 진행하는 방식을 서술하였다. Ⅱ-2에서는 사랑과 슬픔의 정서를 과장되게 표출하는 여성국극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감정을 과잉을 주된 특징으로 하는 멜로드라마의 성격을 살펴보았다. 여성국극은 ‘통속적 애정 서사물’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사랑의 표현에 있어 직접적이고 또한 노골적이다. 이와 같은 표현들은 여성국극의 주된 관람층이었던 학생들, 부녀자들의 연애심리를 자극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또한 슬픔에 있어서도 과장된 감정을 노출시키는데, 이것은 신파극에서 볼 수 있는 ‘슬픔의 과잉’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여성국극은 슬픔보다는 기쁨, 애상보다는 환희로부터 작품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에 인물들이 흘리는 눈물과 슬픔의 표현은 일시적이고 현상적인 것에 불과할 뿐, 대중의 공감을 얻고자 하는 데에 그 목적을 두지는 않았으리라고 판단된다. 오히려 행복한 결말을 향한 도움닫기로서의 기능적 측면이 더욱 강하다고 할 것이다. 필자는 멜로드라마의 가장 주된 특징 가운데 하나인 ‘엄격한 도덕적 정의의 준수’를 Ⅱ-3에서 살펴보았다. 여성국극은 선악이 뚜렷한 인물들을 통해 권선징악의 논리를 철저하게 관철시키고 있다. 악한 자는 반드시 징치당하고 선한 자는 완전한 보상을 받음으로써 안정화된 극적 결말을 도모하고, 보편적 도덕률에 대한 계몽의식을 대중에게 전달한다. 특히 여성국극은 등장인물 모두가 나와 춤과 노래로 마무리를 하는 축제적 결말을 거의 대부분의 작품을 통해 고수하는데 이는 여성국극의 모태가 된 판소리, 창극의 영향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Ⅱ장에서 멜로드라마적 구조를 통해 여성국극의 작품 내적 구조를 살핌으로써 여성국극의 텍스트 내적 대중성을 보편적으로 규명한 것에 이어, Ⅲ장에서는 1950년대 환경에서 여성국극이 갖는 특수성을 살펴보았다. 해방과 한국전쟁이라는 격변의 시기를 거치면서 변화하고 있는 1950년대의 현실을 여성국극이 반영하고 있다는 전제 아래, 여성국극에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애정의 문제, 남녀의 성역할의 문제, 전쟁의 문제를 키워드로 삼아 논의를 진행하였다. 먼저 Ⅲ-1에서는 ‘애정통속물’이라는 이름 아래 여성국극에 나타나는 ‘사랑’의 의미를 보다 확장시켜 해석해보았다. 여성국극에서 사랑을 성취함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진정성’이다. 진실한 마음은 신분을 뛰어넘을 만큼 중요한 것이며, 심지어 신분을 상승시켜 주는 보상을 주기도 한다. 여성국극은 신분이 밝혀지는 서사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반전을 꾀하는데, 이 때 신분의 상승은 진실한 마음을 가진 선한 자에게 주어지는 보상처럼 기능하는 것이다. 전쟁을 통해 도덕이 무너지고 이기심이 팽배해지는 현실 속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뤄진 덕목이 바로 ‘투박하지만 진실한 마음’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여성국극도 이를 간과하지 않았다고 본다. 아울러 같은 장에서 사랑을 성취하는 자와 그렇지 못하는 자가 각각 충신의 형상으로, 역적의 형상으로 그려진다는 점에 착안하여 여성국극이 이상화하는 가치를 ‘충의(忠義)’의 측면에서 고찰해 보았다. Ⅲ-2에서는 여성국극에 등장하는 남녀 인물의 성격 분석을 통해 당대의 이상적인 남성상과 여성상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여성국극에 등장하는 남성인물은 남성적 용맹함과 영웅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지만, 사랑의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며 한 여성만을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마음을 가졌다. 여성인물의 경우, 애정의 문제에 있어서는 적극적이고 솔직하지만 공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현모양처의 모습을 지닌 채 후방에서 남성을 지키는 형상으로 그려진다. 축첩제도가 무너지고 남녀평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남성인물이 한 여성만을 사랑하도록 그려지는 것은 그것이 당대가 원하는 이상적인 남성의 형상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쟁 후 불안심리가 만연한 사회에서 남성의 영웅성이 부각되면서 대중들은 대리만족을 느꼈을 것이다. 여성인물의 경우도 전쟁을 겪으며 남성의 부재 속에서 여성인물은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하도록 요청받았을 것이고,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이상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여성인물의 당돌함과 적극성은 이와 같은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여성의 지위가 점차 높아가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가정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고 항상 남성의 뒤에서 그를 보조하는 것이 더욱 미덕이라 여기는 경향은 여전히 팽배해 있었다. 제도적으로는 평등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관념상의 평등은 요원했던 것이다. 여성국극의 인물들 또한 이와 같은 성격을 드러내며 당시의 성역할의 실상을 반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Ⅲ-3에서는 여성국극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전쟁서사에 주목하여 여성국극이 전쟁을 다루는 방식을 고찰해 보았다. 여성국극은 ‘전쟁’을 끊임없이 작품 속에서 언급하지만 이를 주되게 다루고 있지는 않는다. 작품 내 어딘가에서 전쟁은 일어나고 있지만 전쟁의 비참함은 여성국극에서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무대 역시도 폐허가 된 공간을 그리기 보다는 오히려 밝고 화려하게 치장하여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게 한다. 하지만 여성국극 <청실홍실>을 통해 볼 수 있는 출전 동원의 노골적인 서사와, 전쟁이 일어나면 누구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출전하는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국가적 위기 앞에서 국민의 희생을 요구했던 관습적인 동원의 경험이 여성국극을 통해 형상화되고 있음을 밝혔다. Ⅳ장 ‘여성국극의 의의’에서 필자는 여성국극이 멜로드라마라는 안정화된 대중극의 구조를 따르며 텍스트 내적 대중성을 획득하였다고 보았다. 아울러 김방옥의 논의를 수용하여 이와 같은 멜로드라마적 구조는 비단 여성국극만의 것이 아니라 조선후기 대중소설부터 이어져 내려온 특징 가운데 하나임을 언급하였다. 여성국극은 한국의 대중서사, 특히 대중극에서 나타나는 멜로드라마적 구조를 따르며 한국 대중극의 계보를 이은 것이다. 무엇보다 여성국극은 전통극의 외피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함이 두드러지고, 실제로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는 점에서 대중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여성국극의 의의로 필자가 한 가지 더 언급한 것은 1950년대라는 시대 환경 아래에서 여성국극이 역사적 부침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국극의 텍스트 외부적 측면에 착안한 것인데, ‘보호해야 할 전통’으로서 여성국극이 국가적, 대중적 사랑을 받은 것은 분명하지만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미국문화의 영향과 서구적 근대화의 지향 속에서 결국 여성국극은 침몰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여성국극의 쇠락 원인으로 많이 지적된 바이긴 하다. 그러나 단순히 새로운 매체의 등장에 치여 자리를 잃었다고만 볼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있는 문화적 환경, 그리고 이에 대응하지 못한 여성국극의 부진 등을 아울러 고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국극은 멜로드라마라는 구조적 동일성으로 이야기를 마련하고 있지만 내면에는 시대의 요구와 가치를 함의하고 있다. 즉, 관객에게 익숙한 어법으로 대중성을 획득하면서 그 시대를 반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본 논문을 통해 가장 밝히고 싶었던 바는 여성국극의 텍스트에서 볼 수 있는 대중서사의 이와 같은 특징들이었다. 여성국극이 1950년대에 인기를 끈 것은 이를 적절히 반영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5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쇠락하게 된 것도 변화하는 시대에 발을 맞추지 못한 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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