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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 소설의 구조적 특성 연구

Study on the Structural Characteristics of Lee, Ho-chul's Novels

초록/요약

본 논문은 이호철의 소설을 내재적으로 분석하여 그 서사 구조의 특성을 밝히고, 소설 전체를 관류하는 작가의식을 추출하려고 하였다. 하나의 본문을 이해한다는 것은 본문에 존재하는 사건을 통해 구성된 서사를 인지하고 그것을 서사 행위가 어떤 방향으로 이끄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렇게 이해된 본문의 의미는, 서사 행위의 목적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사회와 작품 간에 매개로서 존재하는 작가의식을 밝혀 준다. 한 작가의 소설에서 특정하게 반복되는 사건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형상화된다는 것은 작가에게 사건을 수용하는 특정한 태도와 의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본문 1장에서는 이호철이 1950년대에 발표한 본문들로 「탈향」, 「빈 골짜기」, 「만조」, 「나상」을 다뤘다. 이 시기에 발표된 본문들에는 ‘비동일성을 지닌 것들이 체제 동일성 논리의 극단인 전쟁으로 인해 상실된다’는 서사가 반복되고 있다. 서사에서 드러난 전쟁에 대한 인식은 이 시기 이호철의 소설이 “추상적 무시간성”을 지녔다는 평가를 조각한다. 여기에 서사행위는 전쟁이 촉발시킨 체제 동일성에 대한 인식을 강조한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각을 갖는 화자는 인물 간의 대립적 속성을 강조하여 서술하고, 초점화 운용과 서술수준의 변화를 통해 대립구도를 강화하며, 체제에 반하는 심리적 상관물과 인물들의 정서적 반응을 반복적으로 제시한다. 소위 전후문학의 한 경향이 전쟁으로 빚어진 ‘상처’를 비극적 현실로 보아 비탄하거나 추상적 극복을 그리는 것이라면, 이 시기 이호철의 소설은 전쟁을 체제 동일성의 극단적 형식으로 보고 그것을 비동일자와 대립시켜 현실에서 상실된 것의 성격을 보인다. 여기에서 추론되는 작가의식이란 체제 동일성이 가진 부정성에 대한 강렬한 반발이라고 하겠다. 2장에서는 1960년대에 발표된 󰡔소시민󰡕, 「판문점」을 다뤘다. 이 본문들에는 최소한의 서사적 요건만을 충족하는 사건들이 나열되고 있으며, 사건들은 작가의 현실인식을 드러내는 화자의 논평과 묘사를 통해 본문으로 구성된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서사에서 󰡔소시민󰡕이 전쟁으로 급격히 유입된 자본주의에 침윤당한 인물들을 보인다면, 「판문점」은 분단 체제의 논리가 인물들에게 내재된 양상을 드러낸다. 두 본문 모두에서 화자의 형태는 인물을 지각과 관념의 중심으로 하여 서술하는 것이나, 인물의 지각범위를 넘어 화자의 관념과 목소리가 종종 드러난다. 또한 적극적인 서사 행위를 통해 서로 연관 없는 사건들은 한 인물의 일관된 사고로 연결된다. 그런데 본문에 형상화 된 체제 논리의 모순은 현실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인물들은 체제 동일성의 공고함을 확인하는데 그치고 있다. 서술을 통해 지속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체제에 포섭된 인물들의 부정성이다. 현실 체제를 비판적으로 인식하면서도 현존하는 대안을 설정하지 않으며, 서로 대립하는 논리 모두를 부정하는 태도는 지양을 통해 긍정이 되는 부정이 아니라 무한한 부정과 안티테제의 연속으로 이해될 수 있다. 3장에서는 1970년대에 작성된 단편소설 「큰 산」, 「이단자 3」, 「이단자 4」를 다뤘다. 이 시기 이호철 소설의 서사는 체제 동일성의 논리가 적용되는 현실과, 그에 반하는 비동일자를 대조적으로 제시하였다. 서사에서 등장하는 갈등은 인물간의 것이라기보다 강압적 체제와 독립적 비동일자 간에 존재한다. 소설이 형상화하는 1970년대 군사 정권기의 억압적 사회 현실이란 구성원들이 자기 보존을 위해 이기적 행동만을 일삼는 공간이며, 이에 대해 비동일자들은 자기 주도적 독립성을 허용하는 사회적 공간의 형성을 의도하고 있다. 서사 행위는 중심인물의 지각과 관념에만 집중하여 이루어져 이러한 비동일자의 성격을 강조한다. 이전까지의 소설이 억압적 상황을 주로 묘사하여 부정성을 강조하였다면, 이 시기 소설에는 그러한 상황에 대한 비동일자적 대응이 모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색을 통해 드러나는 작가의식이란 지배 질서를 대체하는 또 다른 지배 질서가 아니라, 지배 질서를 부정하는 개별적 주체성의 강조이다. 이상과 같이 논의한 이호철의 소설은 한국전쟁 이후로 형성된 체제 부정성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고, 그 대응을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작가의식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체제에 대한 비판적 의식은 갑자기 ‘생성’되거나 ‘변모’를 통해 나타난 것이 아니다. 작가 이호철은 자신이 파악한 체제의 부정성을 소설을 통해 끊임없이 형상화 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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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I. 서론 1
1. 문제제기 및 연구사 검토 1
2. 연구방법 및 연구대상 10

II. 한국전쟁에 대한 비판적 인식의 성립 16
1. ‘한국전쟁으로 인한 상실’ 서사의 반복 17
2. 재현적 서술에 드러나는 체제 비판 의식 29

Ⅲ. 체제에 포섭된 인물을 통한 체제 부정성 비판 44
1. 파편화 된 사건과 인물의 평면적 나열 44
2. 논평적 서술을 통한 체제 부정성 강조 57

Ⅵ. 체제 바깥의 인물을 통한 체제 부정성 대응 77
1. 대조적 서사와 비동일자의 전면화 78
2. 인물의 내면 서술을 통한 대응의 모색 93

V. 결론 107

참고문헌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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