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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도덕 철학에 관한 연구 : -『도덕의 계보』를 중심으로-

초록/요약

우리에게 도덕은 선천적으로 내재한 어떤 것이며 우리가 도전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과연 절대적인 것이 존재하는가? 특수한 상황이 점점 많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도덕적’이라는 단어는 아직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도덕성이 모두에게 인정받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현대 사회는 도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보편성이라는 단어보다는 다양성, 창조성이 우세한 시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막연한 느낌의 도덕, 절대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우리보다 100여년이나 먼저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만의 논리로 도덕의 발생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던 니체의 눈을 통해 도덕의 기원과 도덕 가치의 발생사를 알아봄으로써 해결해보도록 하겠다. 니체에게 있어서 도덕적 현상이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현상에 대한 개별자들의 도덕적인 해석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 자체로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도덕적 현상, ‘선과 악’의 고정된 이원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현상에 대한 도덕적인 해석, 즉 어떤 현상에 대해 도덕적으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힘’만이 있을 뿐이다. 니체에게 진리란 영원불변의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언제나 사유의 끊임없는 생성적 운동을 통해 추적하고 파헤쳐야 하는 어떤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니체의 도덕에 대한 비판이 종래의 목적론적인 도덕의 일방적 파기에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도덕의 형이상학적 기준을 재정립하고, 전도시킴으로써 인간 실존의 해방과 삶의 회복을 모색하고자 한 것이다. 서양철학에서 대다수는 도덕이 인간의 내면에서 미리 존재하고 있는 생득적인 개념으로 인식하여왔다. 일부 공리주의자들이 도덕적인 것에 유용성과 관련하여 정의하기도 하였지만 니체는 이 일부 영국의 심리학자들도 전통 형이상학과는 다르지만 ‘좋음’이라는 개념의 발생을 잘못 설정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따라서 근원적인 도덕의 가치나 도덕의 탄생에 대해 최초까지 의심하는 철학은 니체 이전에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니체에게 도덕 비판의 근거가 되는 것은 새로운 가치전도의 척도인 ‘힘에의 의지’이다. 그것이 지향하는 바는 삶과 생성, 창조에 관한 것이다. 삶과 그 삶의 내용인 힘에의 의지를 가치 정립 기준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니체에게 ‘형이상학’이란 전도된 철학이며, 공허한 개념들로 채워진 초감성적인 세계에 대한 사유이다. 니체의 주지주의와 형이상학에 대한 비판의 본질은 형이상학적, 초월적 세계의 설정이 인간을 대지의 삶으로부터 이탈시키고, 현 세계에 대한 부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것은 소멸되어야 하는 가치이다. 궁극적으로 형이상학의 원리이면서 존재의 원리인 신의 소멸은 형이상학이 근본부터 흔들리는 계기로 작용하게 되고, 결국 허무주의만이 남게 된다. 그러므로 니체는 형이상학적 뿌리를 흔들어버림으로써 귀결되는 ‘허무주의’ 극복에 대한 과제를 안게 된다. 니체의 허무주의를 운명론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제로 니체의 허무주의가 정말 그것에서 그치는 것인지 확인해 보아야한다. 왜냐하면 그의 사상에서 허무주의만 남게 된다고 보면 그가 주장하는 위버멘쉬, 자기 입법자, 자기창조자의 개념은 설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니체는 계보학적인 추적과 어원학적 분석, 그리고 관점주의적 비판 방법을 통해서 도덕의 기원이 어떻게 날조되었는가를 폭로한다. 그리고 하나의 도덕이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관점을 거부하고 각자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각 개인이 처한 상황과 여건을 고려한 서로 다른 도덕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도덕적 현상이 따로 있지 않고 어떤 상황에 대한 도덕적 해석만이 있을 뿐이라는 그의 주장은 ‘도덕’이라는 것이 삶을 초월한 어떤 도덕적 규범 같은 것에서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사실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관점주의적 가치 평가에 의해 행하여진다는 의미이다. 니체의 도덕 비판은 획일적 인간의 실존이 무비판적으로 도덕이라는 미명 아래 순응하게 만드는 것에 관한 비판으로, 삶과 욕망에 대한 정당성을 획득하고 긍정하고자 하는 데 있다. 가치 창조자로서 생에 대한 긍정과 창조를 위한 자유 속에서 외부적인 권위에 속박되지 않는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한 행위의 책임을 지고 자신의 삶을 극복해 가는 길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본 논문은 우리가 믿고 진리라 여기던 도덕적 가치 체계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한 권력에 의해서 역사적으로 구성되었다고 주장하는 니체의 계보학적 추적을 따라가면서 기존의 가치 체계의 문제를 환기시키고자 한다. 또한 가치 체계에 대한 비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무너뜨린 가치 체계를 대신할 새로운 대안은 존재하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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